달리기와 명상

달리기는 개인 스포츠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스포츠라는 것은 혼자서 하는 스포츠를 말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하는 스포츠는 필연적으로 외롭습니다.

달리기는 달리는 그 순간도 외롭지만 달리기라는 운동을 하는 여정 자체가 외롭습니다. 고통을 견뎌야 하고 나약한 '자신이' 마음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요즘은 동호회나 크루를 통해 함께 달리는 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달리기는 혼자입니다. 달리면서 계속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딱 한 명과 계속 대화를 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죠.

달리기는 혼자서 하는 대표적인 운동입니다.


저는 여러 명이 함께 달리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달리는 것은 마치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트레드밀은 자신의 페이스로 달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트레드밀도 자신에게 맞는 강도를 선택하지만, 선택한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실제로 밖에서 달려보면 미묘하게 페이스가 왔다 갔다 합니다. 그 누구도 30분 혹은 1시간 동안 완전히 똑같은 페이스로 달리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게 되면 더 심각해집니다. 절대 자신의 몸에 맞는 페이스로 달릴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함께 달리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달리지 못합니다. 힘든 순간을 극복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저는 함께 달리더라도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저는 혼자서 달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외로울 거라고 말합니다. 제가 만든 달리기 앱에는 응원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친구로 등록한 사람이 달리기를 하면 푸시로 알려주고, 응원을 눌러주면 상대방에게 박수소리가 들리게 하는 기능이죠. 이 기능을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혼자 달리지만 혼자 달리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달리기는 혼자서 세상과 단절되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혼자서 하는 운동이기에 지금 사람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운동입니다.

요즘 세상을 초연결 시대라고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죠. 사람과 사람의 연결뿐만 아니라 기계와 기계까지 연결되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무한대로 연결되는 세상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과 편의를 주지만 때로는 부하, 즉 오버히트를 줍니다. 그래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같은 명상이 유행을 하기도 하죠. 달리기야말로 가장 집중력 있게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운동입니다.

초연결의 시대, 우리의 뇌는 오버히트 되기 쉽습니다


달리는 도중은 누구도 당신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뛰어보면 알겠지만 좌선을 하고 앉은 것보다 훨씬 더 잘, 그리고 더 빨리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도 잘 안 들죠(아! 한가지 든다면 "힘들어" 정도랄까요). 제가 달리기에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 속을 달리면 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많은 산소를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산소는 뇌로 대거 이동합니다. 그러면서 몸은 힘들지만 머리가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였던 방선희 감독님과 달리기 앱 개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방선희 감독님이 이야기 한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스트레스 해소와 생각'이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산소가 뇌에 공급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직장인들에게 달리기를 많이 추천한다고 합니다.

달리기는 여러분에게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주죠. 이 시간을 지겹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마인드풀니스 책을 읽고 명상을 억지로 해보려고 하면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해보면 자연스럽게 마인드풀니스를 하게 됩니다.

저도 하고 있지만.. 명상은 처음이 정말 어렵습니다


달리는 여러분을 현실에서 해방시키고, 현실로 돌아갈 용기를 얻는 시간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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