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

런던 브루넬 대학의 코스타스 박사는 "음악은 법적으로 허용된 약물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마 운동을 하는 분들이라면 이 말에 더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달리기와 음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몸의 반응
우리의 몸은 본능적으로 음악에 동작을 맞추려고 합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느린 음악을 들려주면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빠른 음악(145bpm 이상)을 들려주면 자신도 모르게 페이스가 빨라지죠.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잘 활용한다면 달리기를 더 잘 할 수 있고, 달리기의 효과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이 없었다면 달리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거라 생각합니다

고통을 잊기
음악의 가장 큰 순기능 중 하나는 달리기의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통증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뇌가 음악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통증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이 달리기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힘들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달리기를 하는 분이라면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를 권해드립니다. 귀에 들리는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힘든 달리기도 금방 끝나게 됩니다.

동기를 부여하기
가사가 있는 노래는 우리에게 큰 동기 부여를 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난을 견뎌내고 용기를 주는 노래, 밝고 희망찬 노래들은 우리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달리기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러면 힘든 순간도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게 되고, 계속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정말 빨라집니다.

음악 듣기 금지
하지만 이런 음악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할 때 음악을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죠. 미국은 2007년부터 마라톤 대회에서 음악을 듣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러너들의 안전 때문입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게 되면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음악에 집중하면 사고가 나기 쉽기 때문이죠. 혼자서 달린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수백 명의 선수들이 동시에 달려나가는 마라톤 대회에서는 주변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합니다.

한편에서는 음악이 가진 기록 향상 효과 때문에 음악을 금지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많은 운동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할 때 기록이 향상된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음악이라는 외부의 도움을 받을 경우 그 성적을 선수의 역량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죠.

여러분이 혼자서 달리기를 한다고 해도 음악을 들으면서 달릴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인이어 이어폰은 주변의 소음을 막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달리기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볼륨을 적당히 조절해서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나오는 스포츠 이어폰들 중에는 외부 소음을 이어폰 안쪽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도 있습니다. 모두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죠.

달리기 음악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
부상의 위험이 있지만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는 게 좋습니다. 왜냐고요? 힘드니까요! 그나마 음악이 있어야 우리는 겨우 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달려야 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심장박동 수에 bpm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145bpm 이상이 적당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음악은 심리적인 거니까요. 그리고 막상 음악을 들어보면 같은 bpm의 음악이라도 느낌은 상당히 다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냥 자신이 들었을 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됩니다. 이런 음악들을 평소 모아두고,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좋습니다. 저는 3년 전부터 매년 달리기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만듭니다. 음악도 유행이 있으니 매년 갱신을 하죠.

제 아이튠즈의 달리기 플레이 리스트

음악을 들을 때의 주의 사항
다만 음악을 들으며 달릴 때는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몇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을 이야기 드릴게요.

볼륨을 줄여주세요
먼저 볼륨은 너무 높이면 안 됩니다. 아... 물론 볼륨이 커야 신난다는 것은 압니다. 저도 때로는 볼륨을 높여서 달리니까요. 하지만 볼륨을 높일 때는 주변 환경을 잘 따져야 합니다. 건널목을 여러 번 건너야 하는 코스를 달릴 때는 볼륨을 줄이거나 한쪽 이어폰을 빼고 달리는 것이 좋습니다.

발을 비트에 맞추지 않기
쉽지는 않겠지만 발을 음악의 비트에 맞추는 습관이 들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완전히 동일한 느낌의 bpm을 가진 음악은 없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발을 맞추게 되면 음악마다 달리는 페이스가 달라지게 되고, 자신에게 적합한 보폭으로 달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느낌으로 연주되지 않습니다. 초반부는 조용하게 시작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비트가 빨라지는 음악들도 많습니다.

가급적 무선 이어폰
금액에 부담이 안된다면 가급적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줄이 있는 이어폰은 팔을 흔들다 보면 걸리기도 합니다. 옆에 달려가는 사람에게 걸려서 이어폰이 빠지기도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어폰이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구부리거나 팔을 뻗어서 이어폰을 잡으려고 하는데요. 이럴 때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무선이어폰입니다. 더 성능좋고 가격이 저렴한 이어폰도 많습니다.

만약 무선 이어폰이 없다면 이어폰 줄을 몸에 고정하거나 아예 옷안으로 넣어서 달리는 것을 추천합니다.(느낌이 좀 이상하기는 합니다)

코스 개발하기
음악을 들으면서 달려야 한다면 안전한 달리기 코스를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차도를 건너지 않고, 길이 넓으며, 평탄한 바닥이 좋습니다. 코스뿐만 아니라 시간도 중요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걸려서 넘어지는 등,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대부분 저녁 10시 이후에 안양천을 달립니다. 안양천의 달리기 시작 지점까지는 음악의 볼륨을 줄이고 걸어갑니다. 뒤에서 오는 자전거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전거와 충돌하지 않도록 팔에는 LED 라이트를 붙이고 달리고, 늘 달리는 코스를 반복해서 달립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제 달리기 음악들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음악은 지극히 개인 취향이라 제 달리기 음악을 공개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성향이 비슷한 분이 계시다면 약간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음악 플레이어를 열고, '달리기'라는 플레이 리스트를 만드세요. 그리고 평소 음악을 듣다고 달리면서 듣고 싶은 음악이 생기면 바로바로 달리기 플레이 리스트에 넣어두세요.

음악과 함께 더 즐거운 러닝 라이프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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